흐뭇한 소식을 들으니

 노선경(경북총괄지사장)

  제 작년, 비슷한 또래의 두 여인이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서로 친구인데 옷차림과 표정이 그렇게 다를 수가 없었다. 한사람은 귀부인처럼 꾸몄고, 또 한 사람은 대충 걸친 차림새가 마지못해 따라온 듯했다.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제자인 연구원이 멋쟁이 차림의 친구의 이름을 감명해 준 모양이었다. 꽤나 잘 맞아 친구의 이름도 상담 받았는데, 막상 친구의 이름에서 개명의 필요성을 느끼자, 제자가 그러지 말고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서 확실한 상담을 받아보라 권했던 것 같다. 막상 이름을 풀어보니 개명을 해야 되는 이름이라 권했더니 많이 망설이는 눈치였다. 멋쟁이 친구가 또 다른 친구의 이름 몇 명을 더 물어보더니,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친구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개명을 의뢰했다. 모처럼 친구간의 아름다운 우정을 보는 듯해 내 마음도 흐뭇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개명을 선물로 받은 친구가 환한 표정으로 찾아 왔다. 친구의 권유로 이름을 바꾸긴 했지만 솔직히 그렇게 까지 생활에 좋은 변화가 올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개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 마음에 둔 직장에 취직되었고, 소원했던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밝게 웃었다. 무엇보다 직장생활 하면서 동료들로부터 인정도 받게 되었다며 몇 번이나 감사의 표현을 했다.

  그러면서 마흔 넘은 오빠가 사기를 당해 타지에서 힘들게 혼자 살고 있다며 하루빨리 노총각신세를 면할 수 있도록 좋은 이름을 지어달라며 방긋 웃었다. 그때가 일년 전 쯤의 일이다. 이번에도 상기된 목소리로 찾아 왔는데 이유인 즉, 오빠가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며 이왕이면 올케 될 언니의 이름도 상담 받아보고, 좋지 않으면 바꿔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이름을 풀어보니 좋은 이름이었다. 남편 복이 좀 부족하기 했지만, 늦은 결혼으로 이를 슬기롭게 넘겼다고 볼 수 있어 굳이 개명을 권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올케 언니 될 사람의 얘기를 꺼냈다.

  서울에 이미 아파트랑 가구를 장만해 놓고, 그것도 부족해 오빠와 함께 일할 아담한 점포까지 마련해 두고 있어, 그야말로 오빠처지에선 로또 같은 하늘이 내려준 천사와 같은 올케 언니였다.

  모처럼 흐뭇한 소식을 들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따뜻한 봄날, 4월에 웨딩마치를 올리게 될 두 사람의 축복을 위해, 이곳 구미에서 서울은 좀 멀긴 하지만 축하 차 가볼 요량이다.

  물론 이와 같은 좋은 소식이 개명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름을 바꾼 후 이루어진 일들이다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고, 모르긴 몰라도 좋은 이름이 한몫 거둔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듣는 소리처럼 짜릿한 순간은 없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축복받는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