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고운 빛깔 하나뿐인 황홀한 침묵의 언어가 가끔은 질식하게 만들 때가 있다. 때로 혼자 있고 싶은 시간에 반갑지 않은 이가 찾아와 반가운 척 억지 미소를 띄워야하고, 또는 마음 내키지 않는 곳도 가야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물먹은 담요처럼 가슴이 내려앉고 자신한테 뭔지 모를 화가 치민다. 그 화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싶으면 그 때부터 원고지를 한 장씩 메꿔나간다. 그러면서 시퍼런 서슬로 이런 나의 거짓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가장 가슴 아픈 가슴속의 깊고 깊은 진실을 불러내어 나의 모든 약점까지 가차 없이 써내려 간다. 

그나마 가슴 펴고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는 것도 모름지기 글을 쓸 때의 진실 덕분이다. 비록 나이가 들수록 거칠어지고, 정직과 진실이란 단어가 마음 뒤에 숨어서 희롱하듯 놀려도, 글을 쓰는 동안만은 늘 정직하자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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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회계사란 전문직을 갖고 있는 고객이 방문했는데, 대개의 경우 사주를 분석해 보면 이름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 이 사람 만큼은 영 딴판이었다. 이럴 때면 솔직히 고백하건데 이름 보다사주에 비중을 두고 설명하는 편이 된다.  그 때도 상담을 의뢰한 경매건에 대한 답을 주고 나서,
 “부인과 이별수가 있는데 사이가 어떤가요?”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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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다신약(여자는 많은데 거느릴 힘이 부족)으로 사주에 이렇듯 재성(여자)이 많으면 혼인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해, 당연히 이혼했겠거니 생각했다. 아님 한 집에 살더라도 반목(의견이 서로 엇갈려 다툼)하고 있을 거라 확신하고 의심없이 물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글쎄요? 집사람과 사이는 아직 좋은 편인데요.”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드는지, 부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오남매 장남인 자신과 결혼하여 줄곧 시부모와 함께 살았는데, 지금까지 맏며느리로서 손색없이 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 또한 아들인 자기보다 오히려 며느리인 처를 더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

러자 갑자기 말문이 막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난감한 심정이 되어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도 당황했던지 방문 목적인 경매건의 진위여부만 듣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돌아가고 나자, 한참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 종일 TV만 시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나의 실수를 점검하기 위해 재차 확인하고 또 확인에 들어갔지만 분명 사주를 잘못 본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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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67년 丁未생 소형규의 이름을 풀이해 보았다.
 성에서 나타나는 <소> 8. 6이야말로 관성(명예) 8이 노력의 재물 6과 서로 상생의 관계로 재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한다. 그리고 이름의 첫 자인 <형> 9. 4. 0은 인성 9와 정재 6은 상극의 관계보다 정상의 극으로 문제되는 바 없고, 관성을 극하는 상관 4를 인성 9가 극제해 주고 있어 길하고, 0은 또한 관성을 극하는 흉신 상관 4를 극제해 주어 흉중의 길의 배합이 길하다. 무엇보다 중심 운 9의 특성은 지혜, 학문, 총명 등을 나타내기 때문에 타고난 자질이 논리적이고 보수적이며 문학적인 성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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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이름의 끝자 <규> 4. 1는 승재관(재물을 이어주는 길성)이 될 것 같으나 0의 극제를 받아 그렇게 논하지 않는다. 다만 중첩된 상관을 인성이 억제시켜준 공로는 크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좋은 상극의 배합이다.  따라서 소형규의 이름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거의 대부분 9. 3, 0. 4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구조야 말로 관성을 상하게 하는 상관 4을 인성 0이 억제시켜주므로 관성(명예)이 살아나는 독특한 상극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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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름 덕으로 별탈 없이 전문직으로 안정되게 살아가나 보다 하고 억지로 나름대로 이해하려 애썼다. 그렇더라도 아무리 이름이 좋아도 사주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과연 이름이 사주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하고 화두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형규의 이름을 차근차근 지지(地支) 명운까지 세밀하게 분석에 들어갔다.

  
후천운을 관장하는 지지(地支) 명운 또한 2. 5, 2. 6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상태에서 <구> 6. 3은 식신생재(재물을 생해주는 길성)로 금전의 윤택함이 있다. 그렇더라도 상극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구성은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성공하는 이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된 직업을 선택해서 살아가야 순탄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중년 이후 과욕이 발동하게 되면 그 때부터 상극의 원리에 의해 풍파가 따른다.  어쨌든 너무나 오랫동안 소형규의 사주가 마음을 무겁게 내리 눌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이번엔 그의 부인이 필자를 찾았다. 순간 이별수가 있다는 말에 부인이 걱정되어 찾아왔구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 남편이 선생님 찾아뵙고 상가 경매 건을 물었는데, 그 때 말씀대로 되었어요.” 이런 애길 들으면 기분 좋은 마음에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한 두마디 거들었을 텐데, 그날은 부인한테 다음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멀거니 바라 보기만 했다. 그랬더니 여지없이,
 “남편은 우리 부부한테 이별수가 있다는 게 영 맘에 걸리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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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했던 경매 건이 필자가 얘기한 것과 다르게 나타났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요량이었다. 그런데 그야말로 정확하게 들어맞고 보니, 필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들 부부한테 고민이 한참 되었던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
 "선생님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냥 걱정 되어서요”
 표정을 보니 매우 난감한 심정이 되어 필자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확인 차 부인한테 생년월일을 다시 물었다. 
 “음력 맞죠?”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닌 데요. 저희 남편 양력이에요”
 아뿔싸! 그러면 그렇지. 그 때서야 모든 의심이 한순간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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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있으니 당연히 음력인줄로 알았다. 그날 그가 조금만 오래 있었어도 얘기 중에 재차 물어볼 수 있었는데,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리는 바람에 혼자서만 며칠을 끙끙 앓고 고민했다.  물론 경매건의 진위여부는 사주와 상관없이 육효로 작괘한 것이어서 적중했지만, 부부 이별수는 사주를 보고 분석한 것이어서 이렇게 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