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운동장 맞은 편 길가에 나무로 생활용품을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마침 칼국수용 널따란 도마가 필요해 주문을 했다. 마땅한 크기의 나무를 고루더니 열심히 깎아 나갔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거 같더니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며 굼뜨더니 자꾸만 더 깎는 것이었다. 곁에서 보기에 그만하면 다 된 것 같은데 계속해 깎아 나갔다.

시외로 떠나는 차 시간 때문에 조바심이 나서 이젠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했다. 그런데 못들은 척했다. 그래서 반복하여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냥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신경질적인 말투로,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을 재촉한다고 밥이 되우?”

이렇게 짜증스럽게 대꾸하고 계속 모른 척 했다.

“그래도 살 사람이 좋다는데 그냥 주시죠?”

그러자 노인이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사우. 난 팔지 않을 테니”

그렇지만 요즘은 수제로 만든 나무 도마를 구하기가 어려운 때라 포기하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어르신 차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그런데도 계속 못들은 척하는 노인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그 앞에 목판으로 새긴 ‘盧誠眞’이란 한자가 궁금해 물었다.

“어르신 함잔가요?”

‘노성진’이란 문구가 상호인지 이름인지 몰라 목판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다우”

딸만 일곱인 집에 아버님이 당신을 오십 넘어 낳은 아들이라 했다. 그러면서 훈장이셨던 조부가 정성 성(誠), 참 진(眞)으로 지어주셨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젊은 시절부터 부친 밑에서 목공을 배운 노인은 늘 듣는 소리가 ‘너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름 자체가 정성 성에, 참 진이니 꼭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부친의 당부였다.

비록 길가에 앉아 나무를 깎아 파는 목공예로 평생을 살았지만 노인은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과 긍지를 갖고 있었다. 만약 단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그 일을 하고 있었다면 대충 깎아 하나라도 더 만들어 팔았을 게다. 그러나 노인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충하고 돈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 올 곧은 성정이 행여 이름 때문이 아닌가 싶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보기보다 그리 많지 않다우”

그러면서 48년생 쥐띠라고 했다. 우선 노(盧)씨 성에 천간(天干) 3.7과 이름 끝자 진의 지지(地支)가 3.4.8로 되어 있어 평생을 목공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7.8이 직업인데 3.4의 파극(破剋)을 받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직장(조직)생활을 못한다. 아울러 이름 첫 자에 9.2.2는 모든 세력이 자기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어 한번 마음먹은 일은 무엇이든 굽히는 법이 없고, ‘진’의 0.9.3 또한 융통성 부족으로 사람들과의 융화가 어렵다. 그러므로 이런 이름의 소유자들은 혼자 하는 일이 적성에 가장 잘 맞는다.

그래선지 노인이 평생 동안 목공예를 하게 된 삶 또한 어떻게 보면 생활비를 버는 방편이 아니라 그의 재능의 목적이었고 삶 자체였다.

완성된 도마를 포장해 건네주면서 나무 깎는 일은 정성과 마음이 들어가야 좋은 제품이 되는 거라면서 자기처럼 외길 인생을 살다 가신 아버님을 지금도 존경한다고 했다. 이 세상에서 끝까지 아들을 믿고 기다려준 분은 아버님 한분뿐이었다는 말을 곁들이면서,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인사까지 했다.

“나무를 깎는 일 자체가 내 삶의 인생을 깎고 다듬는 일이라우”

다소 철학적인 말을 건네며 연한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줄 수 없었다우.”

자신의 고집스런 성격을 이해하고 기다려 줘서 고맙다며 거듭 인사했다.

도마를 받아들고 돌아서는 마음 한 켠에,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부친을 지금도 존경하고 신뢰한다는 노인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너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그 말이 성명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실감나게 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꼭 닮은 자녀를 갖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손(孫)이 귀한 아들일수록 자식의 이름을 짓는데 심사숙고하면서 오랫동안 고심한다. 이름을 지으면서 그 이름에 뜻을 더하고, 그 뜻과 같이 자식의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과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그 이름을 통해 살게 되길 부모라면 누구나 다 똑은 마음이다.

세상사의 아버지도 이와 같은데 하물며 우리를 위해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하시겠는가? 그래서 창세기 1장을 시작으로 요한계시록까지 그 마음의 표현을 이름에 다 담아 놓으신 거다.

따라서 빛의 백성한테는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이 붙는다. 그러므로 다른 이름을 내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격언은 기독교인들한테는 옳지 않다. 격언에서의 이름은 자기애(愛)다. 즉 자신의 업적이나 공로를 하나님보다 우선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무릇 내 이름으로 일컫는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들을 내가 지었고 만들었느니라(사43:7)

하늘(빛) 백성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살게 되는 자들이다. 그들을 위해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은 이미 하나님 나라의 생명책에 기록을 해 놓으셨다고 하셨다. 주님은 교회더러 그것이 곧 기쁨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 하셨다.

그러나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 하시니라(눅10:20)

따라서 이 구절은 예수님에 의해 파송이 되었던 제자들이 귀신도 쫓아내고 병도 고치고 하는 기적을 경험한 뒤에 기쁨에 겨워 주님께로 돌아왔다. 그런데 주님은 그런 기적과 능력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의 이름이 하나님 나라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이름은 성경에서도 이와 같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행한 능력과 업적과 평가는 곧 사라질 것이지만 하나님 나라에 기록된 이름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기뻐하라고 하신 거다.

따라서 고대 사회에서 이름은 그 사람의 성품이나 인생의 내용과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래서 아브람의 이름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으로 바꿔주신 이유도 바로 그거다. 요즘말로 하면 그게 개명이다.

아브람의 이름은 ‘존귀한 아버지’ 라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이름을 통해 ‘믿음의 조상’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나타내신 것이다. 즉 믿음의 조상이란 이름을 선택하신 뜻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내가 아브라함을 선택한 것은, 그가 자식들과 자손을 잘 가르쳐서, 나에게 순종하게 하고, 옳고 바른 일을 하도록 가르치라는 뜻에서 한 것이다. 그의 자손이 아브라함에게 배운 대로 하면, 나는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대로 다 이루어주겠다.’

그러므로 이때부터 말씀을 성취하기 시작하셨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계획하신 영원한 언약들을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통해 그대로 이루어 가셨다. 아브람(존귀한 아버지)을 아브라함(모든 민족의 아버지, 믿음의 조상)으로 개명하여 주시기까지 약 24년 동안 아브람은 인본주의적인 믿음으로 살았고 하나님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99세에 아들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사래까지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브람은 여호와 하나님을 인간적인 생각으로 믿었기에 하나님께서 언약하신 아들에 대한 약속도 그냥 인간적인 생각으로 흘러들었다. 그래서 자식에 대한 소망이 사라졌다고 생각되어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의 몸종 하갈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게 된 거다. 그로인해 오늘날의 아랍민족의 조상으로 이스마엘, 즉 현재 이슬람 종교를 세상에 있게 한 조상의 근원이 되었다.

이스마엘의 이름의 뜻은 ‘하나님께서 들으신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이름의 배경은 이러하다. 사래의 몸종으로서 아브람의 아들을 가진 하갈이 후에 자신의 상전인 사래를 임신을 무기로 업신여겼다. 이를 사래가 분내여 아브람에게 얘기 했을 때 아브람은 당신의 몸종이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그 후로 사래가 하갈을 핍박했다. 그러자 하갈이 임신한 몸으로 도망을 갔다.

그때 천사가 물었다.

"사래의 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길이냐?"

하갈이 대답했다.

"나의 여주인 사래에게서 도망하여 나오는 길입니다.“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너의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에게 복종하면서 살아라."

그러면서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또 일렀다.

"내가 너에게 많은 자손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불어나게 주겠다.”

그리고는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또 이렇게 일렀다.

"너는 임신한 몸이다.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네가 고통 가운데서 부르짖는 소리를 주님께서 들으셨기 때문이다. 너의 아들은 들 나귀처럼 될 것이고 그는 모든 사람과 싸울 것이며, 모든 사람 또한 그와 싸울 것이다. 그는 자기의 모든 친족과 대결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때에 하갈은,

"내가 여기에서 나를 보시는 하나님을 뵙고도, 이렇게 살아서 겪은 일을 말할 수 있다니!"

하면서 자기에게 말씀하신 주님을 ‘보시는 하나님’ 이라 이름 지어 불렀다.

이와 같이 사래가 하갈을 핍박하므로 하갈은 임신한 몸을 이끌고 도망갔지만 사막에서 마실 물을 얻지 못하여 하갈이 기도하면서 울부짖었을 때에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장차 이스마엘을 통하여 세상에 있게 될 세상 나라에 대해 말씀 하시면서 하갈에게 주인한테 돌아가 순종하고 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샘 이름을 브엘라해로이라 지어서 불렀는데 그 샘은 지금도 가데스와 베렛 사이에 그대로 있다.

그 후 하갈과 아브람 사이에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지었다. 이스마엘이 태어날 즈음에 아브람의 나이는 여든 여섯이었다.

이와 같이 모든 이름은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의해 행해지고 있음을 성경을 통해 익히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이 역사 속에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이름을 지어주면서 이 세상 자체가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음을 성경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통해 암시하고 있다. 그게 바로 하늘나라의 축소판으로 하나님께서 이름을 지어주고 개명하시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 증거가 하나님의 말씀(성경) 속에 등장 하는 인물들의 이름 안에 그 뜻이 다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아담이 지은 이름들은 짐승의 이름이었으나 하나님이 지어주신 이름은 바로 사람(아담)이다. 사람 속에 하나님의 생명력을 불어 넣으시므로 사람인 아담만이 생령된 자가 된 거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모든 영혼을 창조하시고, 그 뜻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성경에 등장한 인물들의 이름을 지어주신 거다. 그 이름 속에 함축된 뜻에 따라 하나님의 계획이 성취되고 이루어져 가고 있음을 교회라면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이삭의 이름의 뜻이 ‘웃음’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경홀이 여겨 아들을 주마고 약속했을 때 사래가 웃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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